세계 컴퓨터 쿨러 점유율 30%이던 강소기업 잘만테크의 쿨러가 염가로 팔리는 이유는…

입력 2018-03-08 16:32   수정 2018-03-09 16:46

10년 전만 해도 잘만테크는 잘나가는 강소(强小)기업이었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냉각장치 쿨러 세계시장의 30%를 장악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한국업체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일본에 진출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만테크에는 지난해 12월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새 주인이 나타났다. 무역금융 사기로 이목을 끌었던 모뉴엘의 자회사였던 잘만테크가 법정관리를 끝내고 매물로 나오면서다. 원래 잘만테크의 지분 60%를 12억원에 인수하기로했던 대하엘엔티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지분 50%가 10억8000만원에 AK인터렉티브라는 회사에 넘어갔다. AK인터렉티브는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다. 온라인 게임업체가 컴퓨터 부품회사를 인수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더 흥미로운 상황은 AK인터렉티브의 인수 이후에 벌어졌다. 김철진 사장을 대표이사로 앉혔지만 조성삼 회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실제 경영을 관할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잘만테크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한 사내 이메일을 살펴보면 조 회장은 잘만테크의 일상 경영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있다. 잘만테크 사내 인트라넷에서도 조 회장은 김 사장 위에 이름이 올라 있다. 최근에는 잘만테크 미국 법인의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왜 등기된 대표이사가 아닌 사람이 잘만테크를 움직이고 있을까. 의문은 조 회장의 동생인 조성용씨를 통해 풀린다. AK인터렉티브의 대표이사는 정찬익씨로 올라와 있지만 실제 AK인터렉브의 소유주는 조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AK인터렉티브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회사의 모든 보고와 결제는 조씨가 받으며 주요 의사결정도 조씨가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잘만테크를 직접 경영하고, 동생인 조씨는 잘만테크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지만 바깥으로는 이름을 노출하지 않는 구조를 짜놓은 것이다.





이같은 기형적인 소유 구조가 만들어진 원인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코스닥 상장 온라인 게임업체 조이토토의 대표로 있던 조씨는 시세조종 혐의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조이토토의 매도물량이 나올 때마다 작전세력이 사주는 방식으로 주가를 방어한 뒤 95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것이다. 이때 챙긴 100억원을 갖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가 횡령혐의를 받자 조 회장이 조이토토의 대표이사직을 승계해 2번의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했다. 2008년에는 회계 감사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폐지됐다. 회사를 일부러 상장폐지시켰다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조이토토가 상장폐지돼기 3개월 전인 2008년 2월 AK인터렉티브가 설립돼 조이토토의 온라인 게임 거상 관련 사업을 이어받았다.

조씨는 2007년 12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미국과 멕시코, 중국 등을 떠돌다 2012년 12월 귀국해 수감생활을 했다. 검찰이 미국 사법당국 등과 공조해 강제송환절차에 들어간데다 비자기간까지 만료된데 따른 결과다. 지금까지 조 회장이 체납한 세금은 15억8600만원, 조씨가 체납한 세금은 54억9000만원으로 두 형제가 69억9500만원을 체납하고 있다.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억8000만원을 들여 잘만테크를 인수하려면 스스로의 정체를 숨겨야 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잘만테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잘만테크에서는 재고자산으로 쌓여 있던 쿨러를 30% 할인된 가격에 처분하고 있다. 때문에 100억원에 이르렀던 재고자산은 최근 7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잘만테크의 실소유주가 맞냐는 기자의 전화에 조 회장은 “전화를 한 이유가 무엇이냐. 할 말이 없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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